사설

보수단체 동원한 여론조작에 국정원까지 개입됐나

어버이연합 등 극우 보수단체의 ‘관제데모’ 배후로 청와대, 전경련에 이어 국가정보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25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사건 파기환송심 8차 공판에서 국정원이 2012년 대선을 전후한 시기에 보수단체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비판, 무상급식·무상의료 반대 등 보수단체 활동을 위해 구체적인 시위 동선, 피켓 문구, 전단 내용, 신문광고 문안에 관한 의견을 전달했다. 국정원이 2011년 6월부터 2년간 이런 식으로 접촉한 보수단체는 모두 7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정원 ‘댓글부대’가 단지 사이버공간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광범위하게 여론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여당을 두둔하고 야당과 비판적 시민단체를 공격하는 어버이연합 등의 활동이 청와대의 지시와 전경련의 자금뿐 아니라 국정원의 기획과 정보력에 의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국정원의 이 같은 정치개입을 고려할 때 2013년 5월 국정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야당에서 공개한 일명 ‘박원순 제압 문건’ 역시 전면 재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당시 검찰은 ‘양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정원 공식 문건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출처를 의심케 하는 부분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문건 작성 시점이 2011년 11월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이 e메일로 보수단체 활동을 배후에서 조종한 시기와 일치한다. 또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모두 19차례에 걸쳐 박 시장을 공격하는 집회와 시위를 벌인 것으로 나온다. 어버이연합이 문건 공개 직후 서울시청 앞에 모여 ‘국정원과 어버이연합은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도 수상하다. 어버이연합이 2014년 6·4 지방선거 직전 이재명 성남시장을 공격하기 위해 내밀한 가족 간 통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입수해 확성기로 방송한 경위도 의문이다. 이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버이연합이 법원에서 배포를 금지한 녹음파일을 입수하고, 자신의 석사논문 표절 문제를 들고나온 배후가 국정원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기 위한 보수단체의 활동 지원 의혹은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으로 그 권한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와 야당의 진상규명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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