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론 무르익기도 전에'…반기문에 여야 촉각

[the300]새누리, 환영 속 계파갈등 추이 주목…야권, "정치적 검증 안돼" 견제구

김태은 기자 l 2016.05.26 13:59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6.5.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도전 시사에 여야 막론 정치권이 그 배경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기문 총장에 '러브콜'을 보내왔던 여권은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예상보다 시기가 앞당겨지자 당내 계파 갈등에 미칠 영향에 셈법이 복잡해진 모습이다. 야권은 반 총장이 정치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25일 방한한 반 총장이 그동안 대권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회피해왔던 것과 달리 "내년 1월 1일이면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고) 다시 '한국사람'이 되니까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를 고민해 결심하겠다"며 대선출마 의지로 해석되는 과감한 발언을 내놔 정치권을 놀래켰다.

새누리당은 일단 반 총장을 새누리당 대선주자로 기정사실화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나라가 어려울 때 충청 출신이 먼저 떨치고 일어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고 홍문표 새누리당 사무총장 대행도 "우리 당에 (반 총장이) 오시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도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는 올 연말 즈음에야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그 전까지는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또한 주로 친박(친박근혜)계에 의해 '옹립'되는 시나리오가 거론돼 왔으나 총선 패배 후 새누리당이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는 모습을 보이자 비박(비박근혜)계 일각에서는 친박계 대신 반 총장을 끌어들여 당 주도권을 가지려는 방안도 내다보고 있던 참이다.

반 총장을 둘러싼 '대선 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돌게 되면서 새누리당 내에서도 그 효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지도 못하고 리더십이 추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내년 대선을 향한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유력 대선주자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주자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와해 수준의 당을 다시 하나로 묶고 계파 갈등을 수면 아래로 잠재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반 총장의 조기 등판이 친박계의 당 장악 의지를 노골적으로 보이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도 새어나온다. '제3의 길' 등 새누리당의 원심력을 차단하고 박근혜정권 후반 '레임덕'이 여권에서 초래되는 것을 차단할 '떡밥'이 던져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대선주자가 조기에 윤곽을 드러낼 경우 비박도 박근혜 대통령이나 친박과의 절연에 나서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경우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등 복당을 기다리는 반박(반박근혜) 세력들이 새누리당에서 당 쇄신을 꾀하려는 시도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지금 당 안에 남아있는 비박들도 다들 자기 자리에만 관심이 있지, 이런 식으로 반기문으로 가게 되나보다, 하면 그냥 어영부영 따라갈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반 총장이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노출되는 것이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는 데 유리한 포석이냐는 비판도 있다. 이제까지는 반 총장이 정치적 검증을 거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최대한 대권 도전 시기를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는 시각이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대망론이란 것은 그야말로 그 사람을 필요로하는 상황을 기다리는 것이 대망론인데 반 총장이 대망론이 무르익기도 전에 서둘러 대권에 욕심을 내는 것은 참으로 정치적인 감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에서도 반 총장이 대선후보로 나선다면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은 "국내 정치에서 여러가지 갖춰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며 "치열한 경쟁,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더 커지는, 다듬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권은 일제히 반 총장의 정체성과 정치적 리더십 부족을 물고 늘어지며 벌써부터 견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반 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원으로 유엔 사무총장에 올랐다는 점을 들어 "안동 하회마을이 아니라 봉하마을부터 찾아야 할 것(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란 비판이 나오는 가 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씨는 "명예롭게 공직생활을 마치라"며 반 총장의 대권 가능성을 평가절하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 여러 비전이나 리더십에 대해 분명한 검증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공정하게 말한다면 그 분(반 총장)이 정치 지도자로서, 특히나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최고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충분·적절한가 하는 부분은 앞으로 그 분 스스로 입증해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 중에 국내 정치 참여를 시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직도 임기중에 있는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에 들어와서 특정 정치세력과 연대해서 대선 출마하겠다는 태도가 옳은지에 대해서 조금 부정적”이라며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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