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식물 대통령 나온다”는 與, 언제까지 ‘대통령 마케팅’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0시 00분


코멘트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식물 국회’가 됐다며 4·13총선에서 야당 심판론을 주장하던 새누리당이 ‘식물 정부’ ‘식물 대통령’으로 방향을 틀었다.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을 내세운 대구에서도 되레 정권 심판론의 역풍이 불자 아예 ‘대통령 마케팅’으로 전략을 바꾼 듯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 대전 유세에서 “과반 의석에 미달하면 박근혜 정부는 식물 정부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조원진 의원도 “대구 경북의 대통령, 우리가 만들고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어서야 되겠느냐”고 호소했다.

그제 새누리당의 비상대책회의에서 기존 집전화만 대상으로 하던 여론조사에 휴대전화 표본을 20% 섞었더니 예상 의석수가 135석으로 떨어졌다는 보고가 나왔다. 지난달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은 “총선 결과도 중요하지만 아군에게만 총질하는 국회의원이 잔뜩 있으면 무슨 소용 있느냐”며 진박 공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총선에서 지더라도 진박을 국회에 보내겠다던 여당이 이제 와서 과반 의석이 안 되면 ‘식물 대통령’이 나온다니, 국민을 협박하는 것처럼 들린다.

새누리당은 읍소라고 했지만 2012년 19대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 재·보궐선거에서도 이런 작전으로 재미를 봤다. 전통적인 지지층인 50, 60대의 투표 포기 의사가 급증하고 있다는 자체 분석에 따라 보수층에 위기감을 조성해 투표장에 끌어내려는 속셈 같다. 이번에도 또 속을 것으로 안다면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일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3월 3주 차 41%, 4주 차 39%, 5주 차 37%로 3주째 떨어지는데도 위기의식 없이 막장 공천, 옥새 파동을 일으켰던 새누리당은 자업자득임을 알아야 한다. 진박 후보만 꽂으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겼겠지만 대구에서도 12개 지역구 중 6곳에서 고전 중이다. 수도권 일부에선 후보가 당 색깔인 빨간색 점퍼를 흰색으로 갈아입을 만큼 여당에 대한 민심은 냉랭하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3일 대선 출마를 시사했고 최 전 부총리도 그제 당 대표 출마를 시사했다. 총선에 전념해야 할 지도부부터 ‘염불보다 잿밥’에 마음을 쏟는 기득권 여당을 어느 국민이 곱게 보겠는가.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다시 등장해 호남 지원 유세 논란을 벌이는 것도 양당 체제를 당연하게 보고 대선을 겨냥하겠다는 기득권 행보다.

제3당인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3월 4주 차 8%에서 5주 차에는 12%로 4%포인트(한국갤럽)나 오른 것도 기득권 여야에 대한 반발심 때문으로 봐야 한다. 지금 조사 결과대로라면 국민의당이 30∼40석을 차지해 제3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 영남은 새누리당이, 호남은 더민주당이 싹쓸이하던 ‘지역 독식(獨食)’ 구조가 깨지고, 기득권 좌우파 독식까지 끝내는 방향으로 정계 개편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여당은 ‘대통령 마케팅’으로도 모자라면 대통령을 등장시키겠다는 생각조차 말기 바란다. 여야 모두 지역주의나 안보, 꼼수를 동원하는 것도 민심은 용납지 않을 것이다.
#식물 국회#새누리당#대통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