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노골적인 선거 개입 발언, 못 말리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북한 핵문제와 대내외적인 경제여건 악화를 비롯하여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민생 안정과 경제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만 한다”며 사실상 야당 심판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또 “언제 북한이 도발할지 모르고 이대로 경제 시계가 멈춘다면 제2의 경제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며 “여기서 무너지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져야 하고 국가의 빚은 늘어나게 되고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고 했다. 마치 야당을 찍으면 북한이 도발하고 경제위기가 올 것처럼 주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이번 선거에서 나라의 운명은 결국 국민이 정한다는 마음으로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서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20대 국회를 만들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최근 새누리당 막장 공천으로 강세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고 콘크리트 지지에 균열이 간다는 분석이 제기되던 터다. 결국 박 대통령이 말한 ‘국민’이 기실 ‘지지자’이고, ‘새로운 국회’도 ‘새누리당이 압도하는 국회’임은 장삼이사도 알 것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했듯 남북 간 정세는 어느 때보다 불안하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있다. 시민은 기울어가는 대한민국호 안에 갇혀 시름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나라를 이렇게 꾸려온 것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다. 박 대통령이 말한 ‘여러가지 어려움’은 상당 부분 박근혜 정권이 국정을 잘못 이끌어온 결과이다. 이제 와 모든 어려움이 국회와 야당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 잃은 핑계일 뿐이다.

선거 개입 논란도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했고, 지난해 11월엔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말했다. 대구 지역 여론조사 경선을 하루 앞둔 지난달 10일에는 ‘진박 후보’가 출마한 대구를 방문했다. 지난달 16일 방문한 부산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 8일에는 새누리당 상징색인 빨간색 외투를 입고 여야 격전지인 충북 충주와 전북 전주를 찾았다.

이날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결국 총선 표심에 영향을 줄 목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이는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과정에 개입하고 그 결과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자못 위중하다. 이 역시 총선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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