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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지후보 없음’ 기표란

입력
2016.04.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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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지역구에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여성 후보가 출마해 4ㆍ13 총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재선 현역의원과 4선 중진 전 의원 간 벌써 세 번째 대결로 치열한 접전이다. 국민의당 후보도 있으나 지지율이 미약하다. 주민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별히 이들이 동네 발전에 기여했다는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또 평소에는 코빼기도 내비친 적이 없다가 선거철만 되면 지하철역 앞에 나타나 명함을 돌리는 것도 못마땅하다. 포장마차에서 주민과 어울리는 등 소통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 우리나라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은 나라도 없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하면서 총선 관련 잡담을 온종일 내보내니 이런 경향이 심해졌다. 그렇다고 투표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강제 투표제가 도입된 호주 등지에서 투표율이 9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투표율은 낮은 편에 속한다. 미국인들도 정치 얘기를 즐기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지만, 실제로 미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 이름을 모른다. 오히려 대통령의 애완견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는 많다고 한다.

▦ 임각수 충북 괴산군수가 재미있는 말을 했다. 그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머슴이 잘못한 일을 가지고 주인이 밥을 굶는 격”이라면서 주민들의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선거구 변경에 불만을 품은 일부 주민들 사이에 투표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주인은 국민이고 국회의원은 머슴이다. 하지만 일단 완장만 차면 주인 위에 군림하려 든다.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당 대표나 당직 정치인들은 마름쯤 되는 셈이지만, 정작 주인이 이들을 혼내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선거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그 중 하나가 ‘후보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투표용지에 ‘지지후보 없음’ 기표란을 따로 만들어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안이다. 개별 후보자 득표보다 ‘지지후보 없음’이 많은 득표를 하면 해당 지역은 ‘당선자 없음’으로 처리되고 새로운 후보가 나오게 된다. 일찍이 미국 녹색당 대통령 후보였던 랠프 네이더의 제안이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기권보다는 훨씬 적극적 정치의사 표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 중 굳이 누굴 선택해야만 하는 고민도 사라진다. 그래야 머슴이 주인을 무서워하지 않을까.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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