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무제한 토론’ 무얼 남겼나?

입력 2016.03.02 (21:04) 수정 2016.03.0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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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테러방지법 처리를 저지하려는 야당의 무제한 토론이 오늘(2일) 끝이 났습니다.

지난 23일 시작해, 9일째 계속됐고, 190시간 가량 진행됐습니다.

세계 최장 시간입니다.

개인으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이종걸 의원이 가장 긴 시간 동안 토론을 진행했고 지친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대신해 사상 처음으로 상임위원장들이 의사봉을 건네받아 본회의를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토론의 초점이 테러방지법에만 맞춰지다 보니 다른 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특히 대내외 경제 환경 악화 속에 주목 받아온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은 폐기 위기에 처했습니다.

류호성기자가 보도합니다.

▼ 다른 민생 법안은 폐기 위기 ▼

<리포트>

지난해 9월 노사정 대타협을 토대로 만들어진 노동 개혁 법안은 근로 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실업 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한 고용보험법, 출퇴근 재해 보상 제도가 도입된 산재보상법, 파견 허용 범위를 확대한 파견법으로 구성됐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법이 통과되면 일자리 37만 개가 생길 것으로 추산했지만 야당이 비정규직이 늘어난다며 반발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정훈(새누리당 정책위 의장) : "일자리가 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집니까,일자리가. 노동법을 개혁을 해야 우리 젊은이들에게 우리 나이드신 어르신들에게 일자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정부와 여당은 관광과 의료 등의 분야에서 일자리 60만 개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야당이 의료 민영화가 우려된다며 반발해 법안은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돼 있습니다.

북한의 핵 도발 이후 여야가 테러방지법안과 선거법 협상에 집중하면서 이들 법안의 처리는 더욱 멀어졌습니다.

2월 임시국회 회기는 오는 10일까지지만, 선거구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치권이 본격 선거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재계와 시민 사회가 천만 명 서명 운동까지 벌인 경제활성화법안들은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KBS 뉴스 류호성입니다.

▼ 현행 국회법 법안 처리 왜곡 ▼

<기자 멘트>

지난해 12월 관광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학교 주변에도 100실 이상의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한 법인데, 어찌된 일인지 관광산업의 비중이 상당한 부산지역에서 큰 반발이 일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적용 대상을 서울과 경기로만 한정해 부산 등 지방에서는 법 통과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돼 벌어진 일입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발의된지 3년이 넘었지만, '보건의료'를 제외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아직도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습니다.

법안 통과가 잘 안되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오랜 협상 끝에 통과가 되더라도 여당은 야당 주장 수용하느라 법 취지를 제대로 못 살렸다고 불만이고, 야당은 여론전에 떠밀려 동의했다며 떨떠름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안건 처리에 야당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인데, 선진화법에 대한 여론은 나빠지는 추세입니다.

KBS 여론조사에서 연초에는 선진화법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33%(찬성 49.3%)였는데, 설 연휴 이후 조사에서는 개정해야한다가 56.1%(유지 28%)로 나타났습니다.

20대 국회 전에 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기현기자가 보도합니다.

▼ 새 국회 의사결정제도 모색해야 ▼

<리포트>

국회선진화법은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과정에서도 논란을 빚었습니다.

직권상정의 조건인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느냐를 놓고 여야간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장우(새누리당 대변인/2월24일) : "직면한 국가의 위협은 애써 모른 척하며 법안의 꼬투리만 늘고 물어지고 있는 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합니다."

<녹취> 김광진(더민주 의원/2월 23일) : "지금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공공의 안녕과 입법활동이 불가능한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법안의 직권상정도 어렵고, 신속처리도 되지 않는 선진화법을 수정하기 위해 여당과 정의화 국회의장이 개정안을 냈습니다.

쟁점법안의 신속 처리 요건을 현재의 재적 의원 60% 동의에서 과반으로 완화하고, 신속 처리 기한도 75일로 줄이는 의장 중재안이 지난달 중순 국회 운영위에 상정됐습니다.

한편에선 여당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선진화법의 위헌 여부 등을 심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명호(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국회가 학술 토론회장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토론만 해야되는 게 아니라 어떤 시점에는 적절한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는 부분이죠. 그런 면에서 국회 선진화법의 손질이 좀 불가피하지 않나..."

폭력 국회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이지만, 또 다른 왜곡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19대 국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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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무제한 토론’ 무얼 남겼나?
    • 입력 2016-03-02 21:05:05
    • 수정2016-03-02 22:45:23
    뉴스 9
<앵커 멘트>

테러방지법 처리를 저지하려는 야당의 무제한 토론이 오늘(2일) 끝이 났습니다.

지난 23일 시작해, 9일째 계속됐고, 190시간 가량 진행됐습니다.

세계 최장 시간입니다.

개인으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이종걸 의원이 가장 긴 시간 동안 토론을 진행했고 지친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대신해 사상 처음으로 상임위원장들이 의사봉을 건네받아 본회의를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토론의 초점이 테러방지법에만 맞춰지다 보니 다른 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특히 대내외 경제 환경 악화 속에 주목 받아온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은 폐기 위기에 처했습니다.

류호성기자가 보도합니다.

▼ 다른 민생 법안은 폐기 위기 ▼

<리포트>

지난해 9월 노사정 대타협을 토대로 만들어진 노동 개혁 법안은 근로 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실업 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한 고용보험법, 출퇴근 재해 보상 제도가 도입된 산재보상법, 파견 허용 범위를 확대한 파견법으로 구성됐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법이 통과되면 일자리 37만 개가 생길 것으로 추산했지만 야당이 비정규직이 늘어난다며 반발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정훈(새누리당 정책위 의장) : "일자리가 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집니까,일자리가. 노동법을 개혁을 해야 우리 젊은이들에게 우리 나이드신 어르신들에게 일자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정부와 여당은 관광과 의료 등의 분야에서 일자리 60만 개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야당이 의료 민영화가 우려된다며 반발해 법안은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돼 있습니다.

북한의 핵 도발 이후 여야가 테러방지법안과 선거법 협상에 집중하면서 이들 법안의 처리는 더욱 멀어졌습니다.

2월 임시국회 회기는 오는 10일까지지만, 선거구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치권이 본격 선거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재계와 시민 사회가 천만 명 서명 운동까지 벌인 경제활성화법안들은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KBS 뉴스 류호성입니다.

▼ 현행 국회법 법안 처리 왜곡 ▼

<기자 멘트>

지난해 12월 관광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학교 주변에도 100실 이상의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한 법인데, 어찌된 일인지 관광산업의 비중이 상당한 부산지역에서 큰 반발이 일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적용 대상을 서울과 경기로만 한정해 부산 등 지방에서는 법 통과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돼 벌어진 일입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발의된지 3년이 넘었지만, '보건의료'를 제외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아직도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습니다.

법안 통과가 잘 안되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오랜 협상 끝에 통과가 되더라도 여당은 야당 주장 수용하느라 법 취지를 제대로 못 살렸다고 불만이고, 야당은 여론전에 떠밀려 동의했다며 떨떠름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안건 처리에 야당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인데, 선진화법에 대한 여론은 나빠지는 추세입니다.

KBS 여론조사에서 연초에는 선진화법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33%(찬성 49.3%)였는데, 설 연휴 이후 조사에서는 개정해야한다가 56.1%(유지 28%)로 나타났습니다.

20대 국회 전에 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기현기자가 보도합니다.

▼ 새 국회 의사결정제도 모색해야 ▼

<리포트>

국회선진화법은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과정에서도 논란을 빚었습니다.

직권상정의 조건인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느냐를 놓고 여야간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장우(새누리당 대변인/2월24일) : "직면한 국가의 위협은 애써 모른 척하며 법안의 꼬투리만 늘고 물어지고 있는 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합니다."

<녹취> 김광진(더민주 의원/2월 23일) : "지금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공공의 안녕과 입법활동이 불가능한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법안의 직권상정도 어렵고, 신속처리도 되지 않는 선진화법을 수정하기 위해 여당과 정의화 국회의장이 개정안을 냈습니다.

쟁점법안의 신속 처리 요건을 현재의 재적 의원 60% 동의에서 과반으로 완화하고, 신속 처리 기한도 75일로 줄이는 의장 중재안이 지난달 중순 국회 운영위에 상정됐습니다.

한편에선 여당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선진화법의 위헌 여부 등을 심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명호(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국회가 학술 토론회장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토론만 해야되는 게 아니라 어떤 시점에는 적절한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는 부분이죠. 그런 면에서 국회 선진화법의 손질이 좀 불가피하지 않나..."

폭력 국회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이지만, 또 다른 왜곡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19대 국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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