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3대 의제 - 3 한반도 평화

개성공단 근무했던 3인에게 묻다

김재중·김보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첫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2016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썼다.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남북관계는 ‘시계 제로(0)’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남북 간 연락 채널은 모두 끊겼다. 결국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화해의 마지막 끈이던 개성공단도 10년 만에 닫히고 말았다.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은 기약 없는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개성공단 사람들은 여전히 그곳을 그리워했다. 2008년부터 공장을 운영해온 김민수씨(60대·가명), 2012년부터 주재원으로 일해온 박인상씨(50대·가명), 지난해 3월부터 공단 내 진료소에서 근무한 최세민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42) 등 세 사람은 ‘제조업의 돌파구’ ‘고용의 터전’ ‘인간적 정’ 등 무게중심은 조금씩 달랐지만, 개성공단이 삶의 터전이자 경제의 돌파구라는 깨달음은 동일했다.통일의 실험장이란 자부심도 한 가지였다. 결국 개성공단은 ‘평화가 밥’이라는 사실의 현실 속 증거였다.


■ 입주기업 사장 김민수씨 “제조업 돌파구 개성만 한 곳 없어”

“개성공단 폐쇄를 두 차례 경험해보니 한반도 평화든, 개성공단 같은 경협이든 정부의 강한 통일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딜레마가 계속 있지만 남측도 강한 의지가 없으면 안된다. 정부가 북측이 핵을 내려놓게 하는 정책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대립밖에 없다. 과거 정권은 퍼주기만 했다고 욕을 먹었다. 정책이 극에서 극으로 바뀌었는데 진정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어떤 방향인지,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지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 언젠가는, 어느 정권에선가는 개성공단 또는 개성공단 같은 남북경협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일이 돼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확실하다면 그런 정책이 나올 것이다.

북측이 조금만 협력한다면 우리나라 제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곳은 거기밖에 없다. 인건비가 오르면서 국내는 이제 어렵다. 인력도 그만한 곳이 없다. 개성공단이 중단된 뒤 대체공장을 찾으러 베트남을 가봤다. 노동자들과 언어가 통하고 생활습관도 같은 개성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더욱 절실히 느꼈다.”

■ 주재원 박인상씨 “내 삶의 터전, 꼭 다시 열리기를”

“어떻게든 개성공단을 되돌려야 한다. 정부가 개성에서 지급된 임금이 핵실험 자금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전용을 못하게 현금이 아닌 현물로 준다거나 대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고 본다.

개성공단에 있으면서 의도했든, 아니든 우리가 그들에게 자본주의 물을 들였다. 통일이 당위라면 언제일지는 몰라도 개성공단이 일조를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다시 가고 싶다. 솔직히 같이 일하던 북측 친구들도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얘기하면 착하고 순수한데, 체제가 다르다보니 말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주재원들은 지금 80% 이상이 실업 상태다. 100억원을 피해 본 기업 가운데 경협보험금을 많이 받은 곳의 지급액수가 20억원이다. 융자도 지원해준다지만 은행 창구 가면 업체별 신용에 따라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 개성공단이 그대로 돌아갔으면 대출받을 필요도 없었던 기업들이 이렇게 된 것이다.

회사들도 고용을 유지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사표만 제출하지 않았을 뿐이지 일거리도 없고 월급도 나오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는 것이다.”

■ 최세민 응급의학과 교수 “북측 노동자와 인간적 정 쌓여”

“개성공단에 머무른다 해도 북측 사람들과 자유로운 접촉은 막혀 있지만 계속 있다보면 어느 정도 접촉은 불가피하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말을 주고받으면서 인간적 교류가 조금씩 생기게 된다. 같이 일하는 북측 노동자 자녀가 아프거나 하면 약을 구해주려고 노력하는 분들도 있었다. 북측 의료진과의 접촉이 봉쇄돼 있어서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북측 진료실에는 항생제라든가 약품들이 부족하다. 우리가 함부로 약을 줄 수는 없으니까 그분들이 직접 구해온 약들을 북측 직원들에게 주는 것을 봤다.

우리도 식당에서 마주치는 북측 분들에게 평상시 우리 식당에서 보는 분들처럼 편하게 대했다. 남과 북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렇게 쌓인 인간적인 정이 어떤 식으로든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도 개성공단에 들어가서 부딪치기 전까지는 좀 두렵고 그랬다. 어릴 때 받았던 교육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통일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떤 형태로든 남과 북이 얼굴을 맞대고 같이 있을 수 있는 접점은 필요하고, 이런 접점이 있어야 통일도 더 쉽게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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