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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동력 회복' 승부수 띄운 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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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동력 회복' 승부수 띄운 박 대통령

입력
2016.07.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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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대구공항ㆍK2기지 통합 이전 약속

“국민 힘 모아” 광복절 특사도 실시

지지도 하락 등 위기 돌파 노린 듯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대구의 숙원 사업인 K2 공군기지와 대구공항의 조속한 통합 이전을 약속했다. 대구ㆍ경북(TK)이 열망한 밀양 신공항 건설이 무산되고 경북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부지로 떠오른 이후 등 돌린 TK 지지층에 건넨 깜짝 선물이다. 박 대통령은 또 광복절 특별사면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4ㆍ13 총선을 거치며 더 없이 냉랭해진 민심에 손을 내밀었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 출범과 대내외 여건 악화로 인한 경기 침체, 국정지지도 하락 등으로 청와대의 ‘힘’이 급속도로 빠지려는 시점에, 박 대통령이 국정 동력 회복을 위한 승부수를 낸 것이다.

“돌아오라, TK 민심”…대구공항 통합 이전 ‘선물’

박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구의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해 군과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대구공항 이전이 조속히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구시 차원에서 추진해 온 K2 공군기지ㆍ민간 공항 통합 이전 사업이,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국책 사업’으로 승격된 순간이었다.

대구 동구의 대구공항은 K2 공군기지로 사용되고 있고, 연간 200만명 수요의 민간 공항 역할도 하고 있다. 당초 밀양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민간 수요가 신공항에 흡수돼 폐쇄되는 만큼, 공항 부지 개발 수익금으로 K2 기지 이전 비용을 댄다는 것이 대구시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밀양 신공항 무산으로 이 같은 계획이 허물어지면서 대구 민심이 급속도로 이탈했다. 이에 박 대통령이 K2 기지와 민간 공항을 정부 주도로 통합 이전시킨다고 약속하는 선물을 준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공항 통합 이전의 효과로 “군사전략에 따른 작전 운용성 유지와 전투력 향상, 국토의 효율적 이용” 등을 거론한 뒤 “대구광역시 전체의 경제 발전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대구시민들이 공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근 지역에 건설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대구의 경제 발전”과 “대구 인근 지역에 건설”을 언급해, 공항 통합 이전이 대구에 대한 ‘구애 목적’임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경북 지역에 사드가 배치되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부지까지 들어설 것으로 알려져, TK 민심을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퇴임후 기반 다지기 위한 ‘TK 구애’

박 대통령이 지역 간 형평성 시비와 지역 이기주의 조장 논란 등을 무릅쓰면서 TK 지역에 혜택이 집중되는 대구공항 통합 이전 계획을 직접 발표한 것은 파격적이다. ‘원칙과 정도’를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과는 사뭇 달랐다. TK 민심 다독이기가 박 대통령에게 그 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친박계 인사들은 “TK는 정치인 박근혜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라고 풀이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 부녀를 향한 경외심과 동정심을 토대로 하는 TK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힘의 뿌리”라며 “TK가 흔들리면 정권이 국정 동력을 잃을 뿐 아니라, 박 대통령 가문의 위상도 흔들린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밀양 신공항 무산으로 박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던 TK 지지자들을 결과적으로 배반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TK의 굳건한 지지를 바탕으로 20~30명의 지역 국회의원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난 뒤에도 TK 맹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의 정치는 대통령 임기와 함께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박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오찬에서 정적(政敵)인 유승민 의원을 부드럽게 대한 것에도 TK 민심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며 “TK를 대표하는 미래 권력 후보인 유 의원으로 쏠리는 민심에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힘 모아” 광복절 특사도 실시

박 대통령은 특별사면 카드로 정치권에 국정 협조를 구하는 화해의 제스처도 취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거워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하다”며 “광복 71주년을 맞아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청와대 오찬에서 광복절 사면을 건의한 것에 화답하는 형식을 취해 ‘포용과 통합의 사면’임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 힘과 역량을 모아”라고 언급한 것은 경제인들은 물론이고,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특별사면ㆍ복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청와대 안팎에선 김승연 한화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홍사덕 전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사면 및 복권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달이나 8월 초 소폭 개각을 단행해, 대통령 임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체제를 갖추고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이라고 여권 인사들이 전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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