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헌으로 가는 두가지 고개

[the300]선거주기 일치 등 국민 공감 큰 사안부터 순차적 추진 필요

김태은 기자 l 2016.06.30 05:30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경영연구소 대안담론포럼에서 권력구조 개헌의 조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김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2016.5.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헌은 두 가지 고개를 넘어야 한다. 현재 개헌논의의 가장 시급한 대상으로 꼽히는 대통령 권력이 첫번째다. 지금까지 개헌은 번번이 대통령 혹은 대통령이 될 유력 주자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로만 그쳤다. 천우신조로 '대통령 고개'를 넘는다 하더라도 국민투표가 기다리고 있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두번째 고개다.

그런데 '대통령 고개'가 동네 뒷산이라면 '국민투표 고개'는 히말라야 산맥이다.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들의 개헌 주장이 일반 국민들에겐 공허한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개헌논의를 정치인들의 권력 나눠먹기로 본다.

가장 큰 이유는 정치권발 개헌론의 중심에 국민이 놓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 중 개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을 선별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나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데도 정치권의 개헌론은 순서가 거꾸로 됐다. 

무엇보다 개헌으로 국민들이 체감하게 될 효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한 논의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그저 대통령 권력을 줄일 수 있다는 지극히 정치인 본위의 주장만 메아리친다. 국민 입장에서는 대통령 권력을 의회에 덜어줘야 할 당위성이 없다. 국회의원이 대통령보다 낫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주기나 했는가 말이다.

개헌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정치권은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이 충분히 동의하고 논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개헌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국민들이 이미 충분한 공감대를 갖고 있는 사안들을 우선과제로 분류한 후 20대 국회에서 이를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 국민의 기본권이나 경제적 가치를 헌법에 담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권력구조 개편 역시 순차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번에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로의 이행을 욕심내는 것은 국민들의 눈에는 권력다툼으로 비칠 뿐이다. 대통령과 의회 간 권력 문제보다는 선거주기 일치와 같이 국민들의 실생활과 직접 맞닿아있는 과제를 우선적으로 개헌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현재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가 불규칙하게 엇갈리면서 선거가 지나치게 많이 치러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인한 비효율성과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다. 이 경우 대통령의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조정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 물꼬도 자연스럽게 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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