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승부수 던진 안철수, 대권가도 변곡점

[the300]'사퇴·탈당·창당·총선·사퇴' 연이은 시험대…대표 사퇴 반전카드로

지영호 기자, 동영상=박광범기자 l 2016.06.29 16:31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리베이트 의혹, 책임 내가 질 것"이라고 말하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16.6.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대표직 사퇴 카드로 승부수를 걸었다. '새정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안 대표가 사퇴를 매개로 반전의 기회를 삼겠단 의도로 해석된다.

안 대표는 사퇴를 하면서 또 한번 '책임정치'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29일 안 대표는 사퇴의 변에서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라며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질 일에 대해서는 책임져왔다"고 강조했다.

당대표직을 던져서라도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는 대중적 이미지를 버릴 수 없다는 의미다. 기존 정치관행을 깨고 투명한 정치를 표방해온 안 대표가 측근의 비리 의혹에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대중적 신뢰를 한번에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4년8개월동안 '정치인 안철수'를 버티게 했던 가치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그는 2014년 7·30 재보궐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직을 사퇴했다. 2012년 대선 불출마 선언 당시엔 "정치인은 국민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할 때도 명분은 책임론이었다.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압박하는 논리로 10·28 재보궐 선거 참패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혁신전당대회 제안이 거부당하자 탈당 후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안 대표가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데에는 급락한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질 동안 수세적 태세를 견지하면서 개인과 당의 지지도는 하락세를 거듭했다.

리얼미터 기준 총선 직후 18.9%까지 치솟은 안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김수민 의원 리베이트 파문 이후 11.5%까지 하락했다. 23.9%까지 올랐던 당 지지율도 15.5%로 떨어졌다. 계속 침묵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사퇴를 결심한 배경으로 꼽힌다.

결국 안 대표의 대권가도는 국민들이 안 대표의 사퇴를 책임정치의 실현으로 볼 것인가에 달렸다는 해석이 많다. 여기서 또 한번 대중으로부터 인정받으면 대권주자로서의 능력을 검증받게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군소후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거대 정당 후보들과 달리 안 대표는 계속적으로 시험대(사퇴·탈당·창당·총선·사퇴 등)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태생적 조건이 돌파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정국을 이겨내면 업그레이드된 대선후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 실장은 안 대표의 지지율 관련 "이후 좀 더 낮아지긴 하겠지만 총선 이후 줄곧 두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만큼 예전처럼 5%대까지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기서 많이 정체할 경우와 회복할 경우에 따라 대선가도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대표직 사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사건을 보고받고 '아무 상황도 아니다'고 발언하는 등 미숙한 초기 대응으로 리더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게끔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잦은 대표직 사퇴가 대중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의원직 사퇴나 정계은퇴 같은 초강수를 뒀어야 리더로서의 단호함이 대중에 각인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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