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합의 깬 더민주당 김종인, 운동권 구태와 뭐가 다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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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 여야 합의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국회 처리를 뒤집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두 법은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원내지도부가 23일 협상에서 29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을 먼저 처리할 것을 주장하면서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그제 첫 비대위 회의에서 “정치를 운동권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던 김 위원장이 운동권보다 더한 강경파로 나선 형국이다.

야당 강경파 의원들이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 사안을 뒤집는 것은 더민주당의 DNA로 굳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박영선 원내대표 때도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가 야당 의원총회에서 두 번이나 퇴짜 맞아 재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문재인 당 대표가 물러나고 김종인 체제가 들어섰는데도 야당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더 왜곡된다면 심각한 문제다.

북한인권법의 경우 문 전 대표가 임명한 운동권 출신의 강경파 이목희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자리를 지키면서 북한인권보다 대북관계를 강조해 어제 오전 무산됐다. 원샷법은 의원총회에서 “대기업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나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미스(실수)가 있었다”고 물러서야 했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이 원내대표의 협상을 공개비판하며 선거법과 원샷법 일괄 처리를 역제안해 아예 여야 합의를 엎어버렸다.

이에 비해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어제 의원총회에서 두 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설 연휴 전에 선거구 획정을 매듭짓기로 정한 것은 대조적이다. 정부 여당의 주장대로 원샷법만 국회에서 통과되면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민생법안 입법 촉구 서명자가 55만 명을 넘어섰다. 원샷법보다 선거구 획정이 더 급하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국민의 변화에 적응하는 정당’을 당의 주체성으로 내세웠던 자신의 말을 뒤집는 것과 다름없다.

수권정당으로서의 쇄신을 강조했던 김 위원장의 약속 파기는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다. 더민주당이 ‘합의 파기 DNA’로도 모자라 위원장 독단을 일삼다가는 운동권의 구태 정치보다 더한 야당 권위주의 정치로 치달을 수도 있다.
#김종인#북한인권법#안철수#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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