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합병의 새로운 실험'…'140조 SK' 위해 상폐되는 SK머티리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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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08-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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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4조 SK머티리얼즈 흡수합병해 상폐

  • 업계선 이론상 '지주사 인상' 효과 기대

  • SK이노베이션·스퀘어 등 다음 타자 대기

  • SK '파이낸셜 스토리' 큰 그림 시작된듯

[CI=SK머티리얼즈 제공]


지주사가 자회사를 상장하거나 사업을 분할해 상장할 경우 지주사 할인이 이슈로 떠오른다. 새로 상장해 시가총액을 만드는 만큼 기존 지주사에서는 시총의 감소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주사도 상장하고 자회사도 상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증시에서 유독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 지주사가 상장된 자회사를 상폐시켜 사업을 흡수하면 어떻게 될까. 이론대로라면 지주사의 시가총액이 증가할 수도 있다. 지주사 할인과 반대되는 지주사 '인상' 효과인 셈이다.

최근 실제로 이런 실험에 나선 기업이 있다. 바로 SK다. SK는 자회사 SK머티리얼즈를 상폐해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SK의 이런 시도가 실제로 지주사 가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높다.
 
흡수합병인데 상폐 뒤 존속?··· 비결은 물적분할
일반적으로 흡수합병을 진행하면 둘 중 한 회사는 소멸하고 다른 회사의 사업부가 된다. 하지만 이번 SK와 SK머티리얼즈의 흡수합병은 이런 방식이 아니다. 흡수합병 진행 이후에도 SK머티리얼즈는 남는다.

우선 일단 SK머티리얼즈가 물적분할을 실시해 존속회사 SK머티리얼즈홀딩스와 신설회사 SK머티리얼즈를 만든다. 물적분할이기 때문에 SK머티리얼즈홀딩스는 SK머티리얼즈의 지분 100%를 소유한다. 추가로 SK머티리얼즈홀딩스는 지주사로서 기존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까지 거느린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SK가 SK머티리얼즈홀딩스를 흡수합병한다. 이 과정에서 상장폐지도 이뤄진다. 사실상 서류였던 SK머티리얼즈홀딩스는 이렇게 사라진다. 그리고 사라지기 전에 자회사로 남겨둔 SK머티리얼즈는 SK의 자회사가 된다.

이 밖에 기존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였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SK트리켐, SK쇼와덴코,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SK머티리얼즈리뉴텍 등도 SK의 자회사가 된다.
 
지주사 SK, 자회사 SK머티리얼즈 시총 흡수가 관건

[자료=삼성증권 제공]


이처럼 SK의 이번 합병은 기존 자본시장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효과도 미지수다. 사업을 분할하거나 자회사를 상장하는 지주사 입장에서 고민거리이던 지주사 할인의 문제가 반대로 SK의 시가총액을 올리는 지주사 인상을 불러올지가 관건이다.

지주사 할인이 실제 일어나는 현상이고 그 논리도 있는 만큼 지주사 인상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기존 SK머티리얼즈가 물적분할의 과정을 거치지만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상장폐지로 별도의 시가총액을 가질 수 없게 된다. SK머티리얼즈는 이미 4조원대의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가치의 상당부분이 지분 100%를 가진 모회사 SK로 옮겨가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증권가에서도 SK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소재 등 고성장 사업 아이템을 보유한 자회사 SK머티리얼즈의 가치를 직접 반영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SK "2025년까지 시총 140조"··· 이번 흡수합병의 최종목표
그렇다면 SK는 왜 SK머티리얼즈를 흡수합병해 시가총액을 늘리려 할까. 바로 지난해부터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 전략에 따른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해석이다.

SK는 2025년까지 반도체 소재에서 세전영업이익(EBITDA) 2조7000억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1위 소재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천명했다.

그동안 글로벌 소재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바로 SK머티리얼즈다. 하지만 규모가 문제였다. 시총이 4조원대에 불과한 SK머티리얼즈는 그동안 소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했다. 이제 SK가 나설 경우 대형 M&A가 가능해진다. SK의 현재 시가총액은 SK머티리얼즈의 4배가 넘는 18조원 규모다. 흡수합병이 진행되면 시총 20조원 이상도 기대된다.

이 정도로는 SK가 그린 밑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SK는 2025년까지 시가총액을 140조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불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가능성이 보인다. 주가에 할인돼 적용받고 있는 계열사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시총 증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의 향후 타깃으로는 SK이노베이션과 오는 11월 SK텔레콤에서 분할되는 SK스퀘어 등이 거론된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에도 기업 가치 최적화를 위한 유사한 딜이 SK와 다른 업종 자회사와도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다"며 "지주회사의 주가 부양을 위해서 자회사 상장 차익을 배당하거나 자사주를 점진적으로 소각하는 방식 등 획기적인 주주 관련 정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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