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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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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돼야 한다

입력
2016.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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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가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정치권과 5ㆍ18 단체를 중심으로 기념곡 지정과 기념식에서의 제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 기념식을 주관하는 국가보훈처는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소모적 이념갈등을 해소하고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기릴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ㆍ18 민주화운동의 생생한 역사 그 자체다. 1980년 5ㆍ18 당시 계엄군에 피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로 백기완씨가 쓴 시를 바탕으로 소설가 황석영이 작사를 했다. 이 노래는 유족 추모제에서 불리다가 5ㆍ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부터 정부 행사에서 공식 제창돼, 역대 대통령들도 함께 불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제창 대신 공연단의 합창으로 바뀌었고, 그 후에는 아예 공식 식순에서 빠져 식전 공연으로 대체됐다. 기념곡 지정과 제창 요구가 번번이 무산되자 5ㆍ18 단체와 시민사회가 기념식에 불참하면서 최근 3년 간은 ‘반쪽 행사’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을 꺼리는 배경은 짐작할 만하다. 일부 보수우익 단체의 ‘북한 관련 노래’운운을 핑계 삼아 5ㆍ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표출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보훈처는 2014년 보수단체 주장을 그대로 옮겨“이 노래가 북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며 부적절성을 제기했다. 터무니없는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80ㆍ90년대 민주화 과정을 함께 겪어 온 국민의 정서 속에 깊이 각인돼 있다. 시대적 상징성이 담긴 국민적 노래에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잣대를 들이대는 것부터 치졸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종북 딱지’는 온 국민이 함께 이룬 민주화 성과를 모독하는 처사다. 국회는 2013년 여야 합의로 공식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국회의장도 정부에 국회의 뜻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올해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다.

정치권은 청와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 대통령은 정부ㆍ여당 심판 성격의 4ㆍ13 총선 민의를 겸허히 받드는 차원에서라도 ‘임을 위한 행진곡’ 논쟁을 끝내야 한다.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도 공식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결정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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