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모주 지겹다면?...美 새내기주·비상장주 투자해볼까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에 대한 관심이 해외 시장으로도 쏠리고 있다. 직접 투자부터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SPAC(스팩)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미 증시 새내기주가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열기에 힘입어 해외 비상장 종목 거래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한 달간(7월 25일~8월 24일) 로블록스 주식 1억1104만달러(약 1297억원)을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쿠팡은 5618만달러(656억원), 코인베이스 글로벌은 5436만달러(635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이들은 지난 3~4월 NYSE(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 등 미 증시에 상장한 종목들이다. 상장 이후 반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아직 상당히 건재함을 볼 수 있다.

최근 상장한 종목들도 적절한 투자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 6월 24일 상장한 의료 전문 플랫폼 닥시미티가 대표적이다. 의료인 간 정보 공유 및 구인구직, 원격의료 등이 이뤄지는 닥시미티는 '의사들을 위한 링크드인'으로 불린다.

코로나19(COVID-19)로 의료업계 종사자 간 정보 공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닥시미티는 주가도 크게 뛰었다. 닥시미티의 현재 주가는 88.39달러로, 공모가(26달러)의 두 배를 넘는다. 호실적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닥시미티의 올해 2분기(회계연도 기준 2022년 1분기) 매출은 7270만달러(849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 조정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은 무려 696% 급증한 3120만달러(364억원)를 기록했다. 조정 EBITDA란 영업이익에 현금이 유출되지 않은 주요 영업비용 항목을 더한 수치다.

지난달 1일 나스닥에 상장한 디마켓은 터키 이커머스 플랫폼 '헵시부라다'의 운영회사다. 핵심 사업은 직매입과 마켓플레이스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4억리라(1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상장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주가는 공모가(12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터키 이커머스 시장 성장성과 터키 시장 내 경쟁력을 고려하면 성장 여력은 높다는 평가다.

송범용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1 터키 이커머스 시장 침투율은 13%로 전망하는데 향후 터키는 한국(38%)과 같이 이커머스 침투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온라인 사용률이 높은 24세 이하 연령층이 인구의 약 4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송 연구원은 "디마켓은 해외 시장 확장보다 종합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노력해왔다"며 "디마켓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9%에서 2020년 17%로 성장하며 2위를 기록 중"이라고 진단했다.

애드테크 기업 타불라닷컴은 지난 6월 말 스팩과 인수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2007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이 기업은 뉴스, 앱 등에서 방문자에게 AI(인공지능) 추천 엔진을 통해 개인화된 콘텐츠와 광고를 추천한다.

투자 매력은 CNBC, 블룸버그 등 대형 매체와 다년간 독점적인 파트너쉽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내년 말 구글 크롬이 실시한 타사 쿠키 제거 정책도 수혜가 예상된다.

윤정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3년 말 크롬 타사 쿠키가 제거될 예정으로 웹 광고 시장 내 콘텐츠 기반 타겟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며 "과거 사파리, 파이어폭스 쿠키 제거에도 수수료는 지속 증가해 향후 외형 및 수익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참여가 거의 불가능하다.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가 지난 5월 개인투자자의 IPO 참여 투자상품을 출시한 것이 최초다. 이마저도 IPO 주관사로 주식을 배정받는 방식이 아니라 투자은행과 제휴한 방식이다. 보통은 증시에 상장된 이후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마저도 미국 은행 계좌가 없는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는 참여가 어렵다. 대신 IPO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신규 상장 종목에 투자할 수 있다. '르네상스 IPO ETF'와 '퍼스트 트러스트 US 에퀴티 오퍼튜니티스 ETF' 등이 대표적이다.

SPAC(스팩) 투자도 대안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다. 인수합병 이전에 미리 유망한 스팩에 투자하는 것이다.

해외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자 최근에는 해외 비상장주식 거래 서비스도 등장했다. 바로 테크 인큐베이팅 기업 페어스퀘어랩가 운영하는 '트위그'다. 트위그가 확보한 미국 등 유니콘 비상장기업의 구주를 클럽딜(공동구매)에 참여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트위그가 확보하는 구주는 대부분 해당 회사의 임직원이나 초기 엔젤투자자의 지분 등이다.

지난 2월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로빈후드, 크라켄, 임파서블푸드 등 기술기업에 대한 공동구매를 완료했다.

김준홍 페어스퀘어랩 대표는 "미국 은행 계좌가 없는 국내 개인들이 프리IPO에서 상장 단계로 가는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