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미·중·일은 ‘북핵’ 입장 열심히 밝히는데…한국만 ‘회견 없음’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버락 오바마는 한반도 비핵화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에 합의했다고 했는데, 왜 시진핑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은 걸까?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봐야 되지?” 랩톱 컴퓨터에 코를 박고 기사를 쓰던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르델라세라의 미국 특파원 주세페 사르치나가 물었다.

[기자메모]미·중·일은 ‘북핵’ 입장 열심히 밝히는데…한국만 ‘회견 없음’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의 국제미디어센터는 세계에서 온 기자들로 북적였다. 한·미·일, 한·일, 한·중, 미·일, 미·중의 다양한 회담이 열린 이날 기자들은 서로 정보와 견해를 나누며 각국 정부 관리들의 설명을 듣고 싶어 했다. 정상들의 성명에 담긴 암호 같은 말들을 해독해야 했기 때문이다.

백악관 대변인과 보좌관들은 컨벤션센터로 자리를 옮겨 정례브리핑을 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한·일 핵무장 용인 발언에 대한 정상들의 반응에 관심을 보인 반면, 외신기자들은 북핵에 관심이 많았다. 이어 다른 방에서 일본 외무성 대변인도 별도로 브리핑을 했다. 참석 기자 수는 훨씬 적었지만 그는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과 북·일 납치 문제 협상, 핵안보에 대한 입장 자료를 준비해와 나눠주고 느린 영어로 정성껏 회견을 했다. 질문자가 더 없을 때까지 질문을 받았다. 곧이어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회견을 했다. 중국어·영어 순차통역으로 진행된 회견에서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에 대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 말을 상세히 공개했다.

BBC 기자 시앤 레이가 “한국은 언제 하느냐”고 물었다. 중국도 자신들 견해를 밝히며 외신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자리를 만들었는데 한국 정부도 당연히 그러리라 싶어 미디어센터에 파견나온 국무부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한참 자료를 찾아보고 본부에도 전화를 해본 뒤 “이상하다. 오늘과 내일 한국의 회견은 잡혀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훗날 “평화통일의 초석을 놓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정책이 평화통일의 초석을 놓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그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각국 언론의 궁금증에 답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은 필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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