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주적 상식이 통하지 않는 한국 정당정치

조진만 | 경향신문 총선자문위원 덕성여대 교수

요즘 한국 정당정치를 보면 민주적 상식이 안 통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침묵하는 것 같지만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은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을 만나면 “도대체 정치학자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핀잔을 준다.

핀잔 강도도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다. 한국에서 정치학자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생각도 하지만 억울한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정치학자들이 그렇게 얘기를 해도 정당들이 별다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고] 민주적 상식이 통하지 않는 한국 정당정치

선거는 대의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런데 이 꽃은 정당이 제 기능을 할 때 활짝 필 수 있다. 일단 정당은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심사숙고한 정책과 후보자라는 상품을 가급적 일찍 유권자들에게 제시해줘야 한다. 문제는 정당들이 이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정책은 실종된 상태고, 공천도 마무리가 안됐다. 너무 좋은 제품을 출시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변명이라도 통하길 바라지만 오히려 민주적이지 못한 꼼수정치를 하느라 결정이 지체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대승적 차원에서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 꼼수를 허락한다는 정당 내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선거 승리가 지상 최대의 목적이라면 지역주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 당선이 확실한 현역의원을 공천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순이다. 정당 차원에서 민주적 방식으로 사전에 합의한 특정 결격 사유가 없다면 말이다. 이런 현역의원들이 공천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정당이, 아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정당 내 공천을 주도했던 세력이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슬픈 현실은 그 책임을 져야 할 실체도 불분명해 보이고, 유권자들이 그 책임을 지도록 심판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정당 공천에 당원들 입장이나 지지자들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꼼수 공천이 성공하면 내 덕이고, 잘못돼도 어쩔 수 없다는 꽃놀이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디 한 번 마음대로 해봐라. 우리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정치가 이렇게 무책임하고 오만하게 진행되면 안된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지금, 유권자들은 그동안 최선을 다한 정당들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은가를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유권자들은 어떤 정당에 표를 던져야 할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조차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이번 20대 총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전망이 틀리기를 희망한다.

민주적 상식이 통하지 않는 한국 정당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권한은 결국 유권자들에게 있다. 최선의 선택이 어렵다면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이라도 신중하게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이 변하고 민주적 상식들이 되살아날 수 있다. 한국의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행복추구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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