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공항 파문 한 달 만에 또 대구 신공항 약속한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구공항은 군과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함으로써 군과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구 시민들도 공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근 지역에 건설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정부 내 특별팀을 만들어 조속히 추진하라고 했다. 민간과 군이 함께 이용해온 대구공항을 분리하기로 가닥 잡았던 계획을 바꾸어 대구 인근 지역으로 통합 이전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밀양 신공항 유치 무산으로 사나워진 대구·경북 지역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를 제시한 것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표를 얻기 위해 내세웠던 공약을 지키지 못해 궁지에 몰리자 또다시 임기 내 실행에 옮기지 못할 약속을 새로 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군 시설로 출발해 민군이 50년 이상 함께 사용해온 대구공항은 주민들의 소음에 따른 민원제기로 언젠가는 옮겨야 할 시설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대구공항 통합 이전 지시는 그동안 정부가 내세운 정책 방향과 추진 방법에 모두 어긋난다. 우선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새로운 부지에 공항을 짓는 대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한 결정과 배치된다. 불과 한 달 만에 수조원이 소요되는 국가적인 사업에 관한 정부 논리를 뒤집은 것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찾기 힘든 사례다. 공항과 기지를 분리해 옮기는 쪽으로 검토해온 공군의 의견도 무시됐다.

반면 밀양 신공항 유치가 무산된 후 대구공항 이전을 정부에 압박해온 대구시와 경북도는 기다렸다는 듯 이날 공항 이전을 환영했다. 대구시와 지역경제단체는 내년 대선 과정에서 공항 이전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으니 올해 안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현직 대통령과 출신 지역 지자체가 짬짜미하는 모습이 자못 눈에 거슬린다.

공항 건설은 항공 수요와 부지 적합성 등을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 군사시설 이전은 작전 적합성 등을 고려하여 후보지를 물색하고, 해당 지자체끼리 합의한 뒤 옮기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처럼 법 절차도 거치기 전에 이전을 지시한 것은 졸속을 넘어 불법적이기까지 하다. 임기를 1년 남짓 남긴 시점에서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던져놓는 대통령이나 그것을 임기 내에 다 해내라는 지자체나 모두 무책임하다. 밀양 신공항 대신 군 시설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느냐고 반발하다 대구공항 이전 결정에 환호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괘념치 않겠다는 태도에 말문이 막힌다. 이것이 과연 박 대통령이 말한 원칙의 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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