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이행을 위해 기울인 노력에 경의를 표했다고 일본 외무성 대변인이 밝혔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위안부 문제 타결을 평가하고 온전하게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국의 브리핑을 종합하면 아베 총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합의를 환영하고, 이행에 노력해준 박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환영한 합의를 박 대통령은 뭐라고 평가했는지 명확하지 않다. 합의 이후에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있는 일본의 태도를 지적했는지, 지적했다면 어느 수준이었고 무슨 대답을 받아냈는지도 알 수 없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무효를 주장할 정도로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잘못됐다는 여론이 높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합의 이후 첫 정상 간 만남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합의의 불합리한 부분을 시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하지만 청와대 설명에서는 그런 노력을 발견할 수 없다.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청와대는 일본 측 브리핑이 자의적이란 지적만 할 것이 아니라 회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부실한 브리핑이 총선에서 여당에 불리한 위안부 합의 문제의 이슈화를 피하려는 정치적 계산 때문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