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태업에 대항수단 없어"

2023-06-02 11:42:28 게재

중기중앙회 정책토론회 개최 … 중기 96.8% 마지못해 계약해지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사업장 변경을 위해 계약해지를 요구받은 중소기업이 10곳 중 7곳 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58.2%는 입국 후 6개월 이내에 계약해지를 요구받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일 외국인력(E-9) 사업장 변경에 따른 중소기업 애로사항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조사는 5월 9일부터 15일까지 외국인근로자(E-9)를 활용하고 있는 종업원 5인 이상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결과에서 중소기업 68.0%는 사업장 변경을 위해 계약해지를 요구한 외국인근로자가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비수도권(74.6%) 기업이 수도권(56.8%) 기업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계약해지를 요구받은 시점은 1~3개월 이내가 25.9%로 가장 많았다. △6~12개월 이내 23.8% △3~6개월 이내 23.5% △1개월 이내 8.8% 순이었다. 10곳 중 6곳 정도가 6개월 이내에 계약해지 요구를 받은 것이다.

외국인근로자가 계약해지를 요구한 사유는 친구 등과 함께 근무 희망(38.5%)이 가장 높았다. △낮은 임금 27.9% △작업환경 열악 14.4% 등이 뒤를 이었다.

계약해지를 거절하면 외국인근로자들은 태업 꾀병 무단결근 등의 행동을 보였다. 결국 계약해지를 요구받은 중소기업은 대부분(96.8%) 계약을 해지했다.

플라스틱 사출업체 동진테크 이동수 대표는 외국인근로자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장 이전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꾀병을 부리며 일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대표는 "사업장을 변경해주고 새로 받은 근로자도 똑같은 요구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영세기업 입장에서는 대응할 수단이 없다"고 호소했다.

공작기계, 선박 부품 등을 생산하는 한국기전금속 김동현 대표도 "입국하자마자 상대적으로 업무가 쉬운 업종으로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태업으로 일관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 해지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며 태업 등 부당행위를 할 경우 △강제출국(38.2%) △ 재입국 시 감점부여(26.8%) △체류기간 단축(22.2%)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은 "현 정부의 외국인력 제도개선이 기업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이 속도감 있게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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