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일가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

이성희 기자

뉴스타파, 후속 자료 공개

박병룡 파라다이스 대표도

페이퍼컴퍼니 이사로 등재

아모레퍼시픽그룹 일가 형제들이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최근 유출된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 내부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의 장남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59)과 딸 서미숙씨(58) 명의로 된 페이퍼컴퍼니 2곳을 발견했다고 21일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이끌고 있는 서경배 회장(52)은 2남4녀 중 막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서영배 회장은 2004년 9월 ‘워터마크캐피탈’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주소는 버진아일랜드의 아카라빌딩으로 돼 있다. 당시 서 회장은 싱가포르 소재 은행 소속의 김모씨를 통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2013년 6월 워터마크캐피탈의 주주와 이사 명단에서 빠졌으며, 그의 빈자리는 모색 폰세카가 제공하는 차명 서비스 제공 업체인 ‘얼라이언스 코퍼레이트 서비시즈’가 맡았다.

서 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것은 싱가포르 소재 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자산을 숨기기 위한 목적이며 주주에서 빠진 것은 조세도피가 사회 문제가 되자 자신의 이름을 감추기 위한 의도라고 뉴스타파는 분석했다.

서미숙씨는 2006년 4월 ‘웨이제 인터내셔널’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주소지는 역시 아카라빌딩으로 돼 있었다. 이 페이퍼컴퍼니는 2014년 11월 문을 닫았다. 뉴스타파는 주주 명부에 서씨 외에 그의 세 아들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상속이나 증여 목적으로 설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서씨는 변호사를 통해 2004년부터 캐나다 이민을 준비하면서 합법적으로 외화를 반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2006년 캐나다에 37억원을 송금했고 세무서에 적법하게 신고했지만 2년 뒤 이민을 포기해 돈을 다시 국내에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경배 회장이 연루된 것은 아니지만 자칫 불똥이 튈 수 있는 탓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서영배 회장은 1990년대 계열분리된 이후 회사와 관련이 없으며 서미숙씨는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면서 “서경배 회장도 최근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박병룡 대표(55)도 1998년 1월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에 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회사는 설립 당시 주주를 ‘Bearer’(익명의 주주)로 등재했다가 2003년 6월에는 두 명의 차명주주로 바꿨다. 이때까지도 박 대표는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뉴스타파는 “실소유주는 따로 있고 그는 관리인 역할을 한 건 아닌지 의혹이 가는 부분”이라고 보도했다. 파라다이스는 “당시 다른 회사에서 일하던 박 대표가 잘 알아보지 않고 지인들에게 명의만 빌려줬던 것”이라며 “실제 운영자를 파악해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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