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82번 나왔다…기업들 실적발표서 가장 많이 나온 '이 단어'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AFP

아시아에 본사를 둔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중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인플레이션'인 것으로 조사됐다.

블룸버그통신이 애널리스트 브리핑 기록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MSCI 아시아퍼시픽 인덱스에 포함된 기업들의 현재까지 3분기(7~9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플레이션은 282번 언급됐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로 18년래 최대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직전 최고 기록은 2017년 1분기의 268회다.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필수 소비재기업인 유니레버의 인도지사마저 '전례없는 원자재값 상승'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호주 광산업체 리오틴토, 싱가포르 부동산개발업체 시티디벨롭먼트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인력 부족을 우려한다고 했다.

이밖에 블룸버그는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 등 반도체업체들이 지금까지는 비용 상승 부담을 (완제품 가격에) 반영해왔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의 임원들과 시장 참여자들은 원자재값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 등 비용부담 증가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공급망을 책임지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공장이 코로나19로 마비되자 기업들은 중국 등 다른 곳에서 대체 공급업체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각종 비용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파로 기업들은 소비자 가격 인상을 고려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각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은 아시아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에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면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지만, 시장에서는 경기부양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과 코로나19가 촉발한 원자재 공급 부족 현상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는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인데,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반도체 공급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