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의 선거개입이 새누리당 내홍 원인이다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비박근혜(비박)계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친박근혜(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공관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발단은 이 위원장이 2차 공천심사 발표에서 김무성 대표 지역구를 제외한 데서 비롯했다. 어제 오후 늦게 이 위원장과 황 총장 등이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 합의하며 공관위가 정상화되긴 했으나 미봉일 뿐이다. 정당의 공천은 공정성과 객관성, 독립성이 생명이다. 이 같은 기준에 비춰볼 때 새누리당 공천은 이미 신뢰와 권위를 상실했다. 아무리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공천한다 해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사생결단식 권력투쟁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음은 이제 정가의 상식에 속한다. 공천 살생부 논란, 여론조사 결과 유출, 윤상현 의원 막말 파문에 이어 이한구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개입’이라는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구를 방문했다. 그리고 진박(진실한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고전 중인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손을 웃으며 잡아줬다. 이 모든 사건들이 우연히, 개별적으로 돌출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청와대의 끈질기고 노골적인 선거개입 시도이다. 사실상의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친박계를 향해 자제를 촉구해본들 아무런 소용 없는 일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두고 비판론이 제기되자 “경제행보라고 말씀드려도 그렇게 안 받아주니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후안무치하다. 국민에게도 눈과 귀가 있다. 보고 듣고 판단할 줄 안다. 대통령의 대구행에는 이례적으로 중앙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2차관까지 동행한 터다. 누가 봐도 선거개입인데, 청와대에서 경제행보라고 고집하면 경제행보가 되나.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여당의 공천 갈등과 관련해 “어떻게 이렇게 대통령 국정운영을 안 도와줄 수 있느냐”며 새누리당 탓을 했다고 한다. 낯부끄럽다. 청와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있다.

거듭 밝히거니와 대통령의 공천 관여는 정당 민주주의 훼손이며, 선거중립 의무 위반 소지가 짙다. 계파갈등으로 일그러진 새누리당을 정상적인 공당으로 돌려놓는 길은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손’을 거두는 것뿐이다. 박 대통령은 총선에서 손을 떼고 안보와 경제 등 산적한 국정현안에 집중하기 바란다. 국민은 집권당의 수준 낮은 권력다툼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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