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청년수당 첫 지급, 정부가 기를 쓰고 막을 일인가

서울시가 3일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 사업 대상자 2831명에게 첫 달치 활동지원금 50만원을 지급하면서 제도 도입에 반대해 온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서울시가 응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직권취소 처분과 법적 대응으로 양측 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국가적 현안인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벌이는 다툼은 많은 젊은이들을 좌절케 한다. 양측 간에 법적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정부는 청년수당 사업이 청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맞다.

청년수당 사업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9~29세, 주당 근무시간 30시간 미만인 청년을 대상으로 최장 6개월까지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현금으로 주는 제도다. 서울시가 청년층에게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이다. 복지부가 3일 “무분별한 현금살포행위가 현실화됐다”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포퓰리즘으로 규정한 것은 지나치다. 청년수당으로는 펀드나 적금 등 현금성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없고 취업·창업, 직업모색을 위한 용도로 지출해야 한다. 월 1회 보고서 제출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복지부가 단순한 현금 퍼주기로 몰고 가는 것은 온당치 않다. 무상보육의 국가 책임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가 90억원이 투입되는 시범사업을 기를 쓰고 막으려는 의도가 궁금하다.

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을 근거로 청년수당 사업이 위법이라고 강조한다. 사회보장기본법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변경할 경우 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협의가 안되면 복지부 장관의 상정으로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와 서울시 간에는 6개월가량 협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합의점을 찾는 듯했으나 무산됐고 청와대 개입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복지부가 합의나 승인이 아닌 협의 조항을 들어 서울시 사업을 가로막는 건 타당하지 않다.

청년 일자리는 중앙·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국가적 난제다. 지방정부가 괜찮은 성과를 내면 다른 지방정부로 확산되어야 하고 중앙정부도 차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행도 되기 전에 미리 어깃장을 놓는 것은 옳지 않다. 결국 이 모두가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견제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란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청년 일자리 대책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혹시 청년수당 사업이 괜찮은 성과를 낼지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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